우리는 흔히 ‘돌’이라 하면 무심코 지나치지만, 사실 이 작은 암석 조각들이 지구의 역사는 물론 인류의 이야기까지 품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이라는 세 가지 대표적인 암석의 종류와 생성 과정을 소개하고, 그 암석 위에 새겨진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울산 반구천 암각화와 연결지어 살펴보려 합니다.
🧱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 – 암석의 세 가지 얼굴
암석은 크게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으로 나뉘며, 각각의 생성 과정과 특성이 다릅니다.
화성암은 마그마가 식어서 굳어진 암석으로, 화강암, 현무암 등이 대표적입니다. 단단하고 치밀하지만, 표면이 거칠고 단단해 조각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퇴적암은 강, 바람, 바다에 의해 운반된 입자들이 퇴적되어 굳어진 암석으로, 사암, 이암, 석회암 등이 포함됩니다. 조각은 쉽지만 풍화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변성암은 기존의 암석(화성암이나 퇴적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구조와 성질이 바뀐 암석입니다. 편암(schist), 편마암(gneiss), 대리암 등이 있으며, 일정한 결 방향이 있어 새기기 쉽고 풍화에도 강한 특징을 가집니다.
🧱 암석의 특성과 조각 가능성
암각화나 석비 같은 유산은 단지 '돌 위에 새긴 그림'이 아닙니다. 어떤 암석에 새겼느냐가 유산의 생존력을 좌우하죠.
화성암은 너무 단단하거나 거칠어 정밀한 표현이 어렵고,
퇴적암은 표면이 부드러워 조각은 쉬우나 풍화에 쉽게 마모됩니다.
반면 변성암은 층리(결) 구조가 있어 새기기 쉽고, 풍화에 대한 저항력도 뛰어나 수천 년간 암각화를 지켜내기에 적합합니다.
🧱 암석 위에 새긴 선사시대의 기록, 반구천 암각화
2025년 7월, 대한민국 울산의 반구천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 유산은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선사시대 고래 사냥 장면, 동물 무리, 도구 사용, 인간 형상 등이 세밀하게 새겨져 있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독창적인 암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유산이 어떤 암석 위에 새겨졌는지 아시나요?
바로 변성암, 그중에서도 편암 혹은 편마암으로 구성된 암반입니다.
🧱 왜 변성암이었을까?
반구천 암각화가 새겨진 암반은 일정한 방향으로 쪼개지는 ‘결’이 있어 조각 도구로 표면을 파내기에 용이하며, 풍화에도 강해 수천 년의 시간 동안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우연이 아니라, 선사인들이 암석의 성질을 관찰하고 선택했을 가능성도 보여줍니다.
또한 반구대는 퇴적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압력을 받아 변성된 지질구조로, 주변 일대는 지질학적으로도 학습 가치가 높습니다.
📌 지질학과 문화유산의 만남
지질학에서 배우는 암석의 생성 과정과 분류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문화유산의 선택·보존·해석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약 반구천 암각화가 부서지기 쉬운 이암이나 풍화에 약한 사암 위에 새겨졌다면 오늘날까지 그 도상(그림)을 온전히 감상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암석은 그저 무생물이 아니라 인류가 이야기를 새기고, 기억을 남기기 위한 캔버스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죠.
📌 암석은 과거를 품은 기록장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 이 세 암석은 지구 내부 에너지와 외부 환경이 만든 결과물이자 그 자체로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암석 위에 인류가 남긴 그림과 문장, 이야기들은 단지 문화재가 아니라 지질과 역사, 과학과 예술이 만난 융합의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울산의 반구천 암각화는 그 대표적인 예이자 암석과 인간, 자연과 문화의 아름다운 연결고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