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과학 톡톡

2024 개기일식, 한국에서 왜 관측되지 않았을까?

by 알뜰스냅 2025. 7. 27.
반응형

전 세계가 본 개기일식, 한국은 왜 안 보였을까?

2024년 4월 8일, 북미 전역은 한동안 태양이 사라지는 독특한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수천만 명이 망막을 보호할 수 있는 특수 안경을 착용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려지는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태양의 외곽 대기인 ‘코로나’가 은은하게 빛나는 광경을 경험했습니다. 이는 단 몇 분간만 관측 가능한 드문 자연 현상입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에서는 이 멋진 현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는 전 세계적인 일식 열풍에서 소외되었을까요? 단순히 지리적인 이유일까요? 아니면 더 복잡한 천문학적 원리가 숨어 있는 걸까요?

2024 개기일식 장면을 AI로 재현한 시뮬레이션 이미지
2024년 개기일식 당시의 장면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이미지 [출처: AI 생성 이미지]

개기일식, 금환일식, 부분일식의 차이는?

일식(Solar Eclipse)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면서 태양광을 가리는 천문현상입니다. 그 형태는 천체의 상대적 거리, 위치, 궤도 경사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뉩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외형의 차이를 넘어, 관측 가능 지역과 과학적 중요성까지 좌우합니다.

  • 개기일식(Total Solar Eclipse): 달이 태양을 전부 가리는 현상입니다. 이때 태양의 광구는 가려지고, 코로나만 남아 신비로운 백색 빛을 발합니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에 충분히 가까워져 시직경이 태양보다 커질 때만 발생합니다.
  • 금환일식(Annular Solar Eclipse): 달이 지구에서 멀리 있어 시직경이 태양보다 작을 때, 태양의 중앙은 가려지지 않고 주변이 고리처럼 남습니다. 이때 ‘불의 고리(Ring of Fire)’가 나타나는데, 매우 독특한 광학적 현상입니다.
  • 부분일식(Partial Solar Eclipse): 달이 태양의 일부분만 가릴 때 발생합니다. 이는 가장 자주 관측되며, 개기일식이나 금환일식 경로 주변의 넓은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 광학 실험, 대기 관측, 우주 먼지 분석 등 과학 연구의 기회로도 이어집니다.

일식은 어떻게 발생할까?

일식은 단순히 달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신월(New Moon)일 때마다 일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현상의 복잡성이 드러납니다.

그 핵심은 바로 달의 궤도 경사입니다. 달은 지구를 타원형 궤도로 공전하며, 그 궤도면은 지구의 공전면(황도면)과 약 5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신월은 지구와 태양 사이를 비껴가게 되며, 일식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일식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 달이 신월 상태일 것 (태양-달-지구 순서)
  • 달이 황도와 교차하는 지점(교점, node) 부근에 위치할 것

이러한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대략 6개월마다 반복되며, 이를 ‘일식 계절(eclipse season)’이라고 합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시기를 기준으로 일식 예측을 정교하게 계산합니다.

또한 지구의 자전과 공전, 달의 속도, 대기 굴절까지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일식의 정확한 시간과 지속시간이 예측됩니다. 이러한 정밀한 계산 덕분에 수십 년 후의 일식까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이죠.

한국에서는 왜 개기일식을 볼 수 없었을까?

2024년 4월 8일 일식은 ‘개기일식 경로(Path of Totality)’라 불리는 좁은 띠 형태의 지구 표면에서만 개기일식으로 관측됐습니다. 이 경로는 달 그림자의 가장 짙은 부분인 ‘본그림(umbra)’이 이동한 지역을 말합니다.

이날 본그림은 멕시코 서해안에서 시작해 미국 텍사스, 인디애나, 뉴욕, 캐나다 동부를 지나 북대서양으로 빠져나갔습니다. 해당 경로 폭은 약 185km에 불과했고, 그 외 지역에서는 부분일식만 관측됐습니다.

한국은 이 경로와 시간적으로도 겹치지 않았습니다. 북미는 오전, 한국은 자정 무렵이었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는 달 그림자가 전혀 도달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개기일식은 지리적, 시간적 조건이 정교하게 맞아떨어져야만 관측할 수 있습니다.

2024년 북미 개기일식의 특징은?

이번 개기일식은 다양한 측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녔습니다. 우선 개기 상태가 지속된 시간은 최대 약 4분 28초로, 최근 수십 년 간 북미에서 관측된 일식 중에서도 비교적 긴 편이었습니다.

또한 코로나가 뚜렷하게 관측될 만큼 대기 조건이 양호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성이 태양 근처에 위치해 ‘일식 중 행성 관측’이라는 희귀한 광경도 관측됐습니다. 특히 NASA는 이 일식을 이용해 코로나의 온도 구조, 플라스마 분포, 태양풍 기원 연구 등 다양한 과학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천문학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 사진가, 유튜버, 과학 콘텐츠 제작자까지 수천만 명이 일식을 촬영하거나 생중계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적 파급력도 커, 호텔과 캠핑장이 일찍부터 매진됐고, 지역 경제에 수백억 원의 수익을 안겼습니다.

일식을 안전하게 관측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절대 육안으로 태양을 직접 보면 안 됩니다. 망막 손상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 ISO 인증 일식안경 사용: 일반 선글라스는 무의미합니다. 반드시 태양광 차단율이 극도로 높은 특수 안경을 사용해야 합니다.
  • 핀홀카메라 제작: 종이상자나 카드에 구멍을 내어 햇빛을 투영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 망원경, DSLR 장비 사용 시: 태양 필터(태양망원경 필터)를 반드시 장착하고, 전문가 지도 하에 관측해야 합니다.
  • 천문대, 과학관, 동호회 행사 참여: 대부분 전문 장비와 안전한 환경이 갖춰져 있어 가장 추천되는 방법입니다.

교육 목적의 실시간 중계나 NASA 유튜브 생중계를 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한국에서 다음 일식은 언제 볼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개기일식을 볼 수 있을까요? 실제로 미래에는 아시아 대륙을 통과하는 개기일식이 몇 차례 예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2034년과 2037년은 아시아 전역이 중요한 일식 경로에 포함됩니다.

 

일식 종류 발생일 한국 관측 여부
부분일식 2025년 9월 21일 일부 지역에서 가능
개기일식 2034년 3월 20일 아시아 일부 지역 (한국은 불확실)
개기일식 2037년 7월 13일 일본, 중국 경계 (한국 관측 가능성 있음)

 

특히 2037년 개기일식은 동아시아에서 최대 6분 가까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최근 수십 년 중 보기 드문 장기 일식입니다. 한국이 본그림 경로에 완전히 포함되진 않더라도, 부분일식 또는 금환일식 수준의 관측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알아두면 좋은 일식 관련 용어 정리

용어 설명
개기일식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일식
금환일식 달이 작게 보여 태양이 고리처럼 보이는 일식
부분일식 달이 태양의 일부만 가리는 일식
코로나 개기일식 때 보이는 태양의 대기층
Path of Totality 개기일식이 보이는 지구 상의 경로
신월(New Moon) 달이 태양과 같은 방향에 있어 보이지 않는 상태
교점(Node) 달의 궤도가 황도면과 교차하는 지점

🔗 참고 자료 및 추천 사이트


 

일식은 단순한 천문 현상을 넘어,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우주의 질서와 정교함을 인간이 체감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짧은 찰나에도 수많은 과학이 작동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자연과 우주의 위대한 연결성을 느끼게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