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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화산이 빚은 섬 – 지질과 명소로 읽는 신비의 땅

by 알뜰스냅 2025. 7. 29.

제주도, 화산이 빚은 섬 – 지질과 명소로 읽는 신비의 땅

바다 건너 남쪽 끝, 한국의 최남단에 위치한 아름다운 섬 제주도. 맑은 바다, 푸른 숲, 검은 돌, 그리고 거대한 산이 어우러진 이 땅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지질의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자연사를 품고 있다. 제주도는 그 자체가 하나의 화산섬이며, 오늘날 우리가 관광지로 찾는 수많은 명소들이 바로 이 화산활동의 흔적들이다.

이 글에서는 제주도의 지형과 명소들이 어떻게 화산활동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풀어보고자 한다. 섬의 생성부터 오름, 주상절리, 용암동굴, 그리고 돌문화에 이르기까지, 제주를 이루는 모든 것의 뿌리를 따라가 보자.

1. 제주도의 탄생 – 하나의 화산이 만든 거대한 섬

제주도는 약 180만 년 전부터 시작된 해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20만 년 전, 수차례의 용암 분출과 화산 폭발이 반복되면서 현재의 형태를 갖추었다. 중앙에 우뚝 솟은 한라산(해발 1,947m)은 이 섬의 화산 중심체이자,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뻗은 수백 개의 기생화산들인 ‘오름’이 섬 전역에 흩어져 있는 모습은, 화산섬 제주도의 생성사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특히 한라산 정상에는 백록담이라는 분화구가 있으며, 이는 마지막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과거 백록담에서 흘러나온 용암은 곧바로 지표를 덮으며 광대한 평원을 만들었고, 그 위에 다시 오름들이 솟아나면서 오늘날의 제주의 입체적 풍경을 만들어냈다.

 

2. 오름 – 제주를 수놓은 작은 화산들

‘오름’은 제주도 방언으로 작은 화산체, 즉 기생화산을 말한다. 제주에는 약 360개 이상의 오름이 분포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스트롬볼리식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단성화산이다. 오름마다 분화구의 형태와 크기, 경사도, 식생 등이 다르며, 각각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가장 유명한 오름 중 하나는 성산일출봉이다. 이곳은 약 5천 년 전 얕은 바다에서 수성화산 폭발로 형성된 응회환 화산으로, 분화구가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왕관을 연상케 한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등재되어 있으며, 특히 새벽 일출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또 다른 인기 오름으로는 다랑쉬오름, 새별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 조성되어 있어, 화산 지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제주도 성산일출봉

 

3. 주상절리와 해안 절벽 - 식지 않은 용암의 흔적

제주도의 남쪽 중문 해안에는 놀라운 자연 조형물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주상절리’이다. 이 기둥 모양의 절리는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수축하며 생긴 결과물로, 육각형이나 사각형의 정렬된 기둥들이 절벽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주상절리는 단단한 현무암질 용암이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열수축 작용으로 쪼개진 결과이다. 이 현상은 오직 특정한 화산활동과 냉각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희귀한 지질 구조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4. 용암동굴 – 지하 세계의 화산 기록

제주도 북동쪽의 만장굴은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 중 하나로, 약 7,400m에 이르는 길이를 자랑한다. 만장굴은 약 10만 년 전, 한라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지하로 흘러가며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약 1km 구간이 일반에 공개되어 있다.

이 내부에서는 용암유석, 용암뇌, 용암폭포 등의 독특한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모두 용암의 점도, 흐름 속도, 온도 변화 등이 만든 자연 조각품들이다.

 

5. 돌문화 – 화산이 만든 섬, 돌로 지은 삶

제주는 화산섬이다. 즉, 모든 땅이 화산암이다. 이 때문에 제주 사람들의 삶도 돌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제주 민속촌에 가면 돌담을 쌓아 만든 집과 마을, 바람을 막기 위한 돌창고, 그리고 ‘돌하르방’이라는 상징적 석상까지, 제주의 돌문화는 지역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돌하르방은 18세기경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무암을 깎아 만든 거대한 석상으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했다.

제주 메밀밭 풍경

 

6. 섬 속의 섬 – 우도, 마라도, 가파도

제주도 주변의 부속섬들 역시 모두 화산활동의 부산물이다. 대표적으로 우도는 제주 본섬에서 동쪽에 위치한 작은 화산체로, 해안의 백사장과 검은 현무암이 어우러진 경관으로 인기가 높다.

마라도는 한국 최남단의 섬으로, 얕은 해저 화산 분출로 생긴 평탄한 지형이 특징이며, 가파도 역시 수성화산에 의한 응회환 지형을 보여준다.

 

7. 오늘날의 화산, 그리고 미래

제주의 마지막 화산활동은 약 1천 년 전 한라산 백록담 분화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휴화산 상태이다. 하지만 이는 다시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활화산’으로 분류된다. 제주도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화산활동이 모두 얽혀 있는 섬이며, 그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질 연구가 중요한 지역이다.

제주도의 화산지형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지질공원으로도 관리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제주도의 바람, 바다, 숲, 돌, 산 모두는 바로 ‘화산’이라는 한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 제주는 살아있는 지구의 기록이며, 동시에 그 위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와 삶이 녹아든 섬이다.

다음에 제주를 찾을 때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지구의 역사 한 장면을 걷는다는 마음으로 섬을 바라보아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