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OECD 기준, 정말 한국 정책의 답일까?

알뜰스냅 2025. 9. 17. 22:18
반응형

OECD 기준, 정말 우리의 정답일까?

오늘(9월17일자) 중앙일보 [안혜리의 시시각각] 칼럼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기사 제목은 「박명수의 도발, 그리고 OECD 타령」이었는데, 개그맨 박명수가 라디오에서 “인구도 없는데 일까지 줄이면 어떡하냐”라며 주 4.5일제 논의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단순히 연예인의 한마디로만 볼 수 없는 화두였고, 그 글에서는 우리 사회가 정책을 만들 때마다 OECD 통계를 절대적 기준처럼 받아들이는 태도를 지적하고 있었다.

 

저 역시 이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했고, 그래서 제 생각을 조금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다만 여기 적는 내용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혹시 이 글이 독자분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부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고, 저는 그중 하나의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보태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OECD 본부 회의장 전경, 각국 대표들이 원탁에 모여 국제 정책을 논의하는 모습
OECD 본부 회의장에서 진행되는 각국 대표단 회의 모습


의대 증원과 OECD 논리

지난해 정부는 의료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추진했다. 그때 보건복지부가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OECD 기준이었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 국가 대비 현저히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달랐다.

 

당시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외래 진료 접근성과 신속한 치료 가능성에서 세계 최상위 수준이었다. 의사 수라는 단편적 지표에 집착하다가 정작 강점이었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스스로 깎아내릴 위험이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 OECD 따라잡기?

노동 정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통령부터 언론까지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연간 120시간 이상 더 일한다”는 수치를 내세우며 근로시간 단축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나는 이 논리에 늘 의문이 있었다.

 

우리나라 근무 문화는 단순히 ‘얼마나 오래 일했는가’로 설명하기 어렵다.

 

근무 시간 안에 실제로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훨씬 적다. 중간중간 휴식이나 동료와의 대화, 각종 사내 일정 등으로 분산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순수 노동 집중 시간’은 OECD 기준과 전혀 다를 수 있다.


OECD, 누구를 기준으로 한 집단인가?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OECD란 대체 누구를 기준으로 삼는 기구인가?

OECD는 1961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현재 38개국이 회원이다. 이 중 유럽 국가만 27개국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경제를 이끄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UAE 같은 나라들은 회원국이 아니다.

 

다시 말해 OECD는 ‘전 세계 평균’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OECD라는 이름만 들으면 마치 절대적 기준인 듯 받아들이며 정책도 그에 맞춰 조정한다.

 

사실 이런 태도 뒤에는 “OECD에 가입한 것이 곧 선진국 진입”이라는 심리적 콤플렉스가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이라는 지위보다, 우리 현실에 맞는 기준을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


OECD 타령에서 벗어나야

안혜리 칼럼에서도 지적했듯이 OECD 통계는 참고할 만한 자료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조건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노동·의료·복지 체계는 독자적인 구조와 문화를 갖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OECD 평균만 좇다 보면, 오히려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빠른 경제성장과 의료 접근성을 이뤄낸 나라다. 이제 필요한 건 남의 잣대가 아니라, 우리의 맥락과 강점을 살린 기준이다.


맺으며

나는 오늘(9월17일자) 중앙일보 칼럼을 읽으면서, 박명수의 짧은 발언이 던진 문제의식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는 걸 다시 느꼈다. OECD 평균은 참고자료일 뿐이지, 우리가 무조건 따라야 할 교과서는 아니다.

 

이제는 ‘OECD 타령’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경험과 현실에 맞는 답을 찾아가야 할 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