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포장 갈라짐의 과학 – 여름과 겨울에 왜 다르게 생길까?
도로 포장 갈라짐의 과학 – 여름과 겨울에 왜 다르게 생길까?
여름 한낮, 달궈진 아스팔트를 걸어가다 보면 표면이 울퉁불퉁 솟아오르거나 미세한 틈이 벌어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이 틈은 더 넓어지고, 그 속에 얼음이 끼거나 심한 경우 도로가 움푹 패이기도 하죠. 운전자는 타이어 손상을 걱정하고, 보행자는 발을 헛디딜까 조심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계절에 따라 도로 갈라짐의 모습이 달라질까요? 답은 바로 지구과학의 기본 원리인 열팽창·수축과 동결·융해 작용에 있습니다.
여름철 아스팔트와 열팽창·수축
아스팔트는 모래, 자갈, 그리고 석유 부산물인 역청이 혼합된 복합 재료입니다. 여름철 기온이 35℃를 넘으면 아스팔트 표면 온도는 60℃ 이상까지 치솟습니다. 이때 재료 내부의 입자 간 간격이 벌어지면서 팽창이 일어나고, 해가 지면 다시 식으며 수축합니다.
이 팽창·수축이 반복되면 내부에 미세 균열이 생기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집니다. 특히 일교차가 큰 날씨에서는 팽창과 수축의 폭이 커져 손상이 더 빨라집니다.
여름철 아스팔트가 약간 물러져 표면 자갈이 밀려나거나 울퉁불퉁한 소성변형(Plastic deformation)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겨울철 동결·융해 작용
겨울철 도로 손상의 핵심 원인은 동결·융해 작용(freeze-thaw cycle)입니다. 미세 균열 속으로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스며들면, 기온이 0℃ 이하로 떨어질 때 물이 얼어 부피가 약 9% 팽창합니다. 이 팽창력이 균열 벽을 밀어내 틈을 더 크게 만듭니다.
낮에 얼음이 녹아 물이 틈 속으로 재진입하고, 밤에 다시 얼어 팽창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작은 금이 큰 균열로 확대됩니다. 결국 표면이 떨어져 나가 포트홀(pothole)이 만들어지죠.
우리나라처럼 겨울에 영상과 영하를 반복하는 날씨가 잦은 지역에서는 이 피해가 특히 심합니다.
지역 기후에 따른 도로 손상 차이
- 한랭 건조 지역: 동결·융해는 적지만 겨울철 수축으로 인한 선형 균열이 길게 형성됩니다.
- 온난 습윤 지역: 강수량이 많아 물이 균열 속으로 스며들고, 동결·융해 작용이 활발해 포트홀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 고온 지역: 여름철 극심한 열팽창으로 표면이 물러져 변형되며, ‘블로업(blow-up)’이라는 융기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과학적 예방과 관리 방법
- 배수 설계 강화: 빗물과 녹은 물이 틈에 스며들지 않도록 경사와 배수로 설계
- 온도 변화 대응 재료 사용: 열팽창 계수가 낮고 유연성이 높은 아스팔트 혼합물 적용
- 균열 실링(Sealing): 미세 균열을 조기에 메워 동결·융해 작용 차단
- 정기 점검 및 보수: 계절별 특성에 맞춘 유지보수 계획 실행
이런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로 손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수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생활 속 지구과학
도로 갈라짐을 단순히 ‘관리 부실’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물질의 열팽창·수축, 물의 상태 변화, 기후 특성이라는 지구과학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다음 번 겨울철 포트홀이나 여름철 울퉁불퉁한 포장을 볼 때, 그것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자연의 물리 실험 결과물임을 떠올려 보세요. 이해와 대비는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 환경을 만드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