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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그림자가 길어지는 이유 – 태양고도와 계절의 관계

by 알뜰스냅 2025. 8. 5.

건물 그림자가 길어지는 이유 – 태양고도와 계절의 관계

천문지구과학적 시각에서 일상 속 '그림자 시계' 

건물 그림자가 길어지는 이유 – 태양고도와 계절의 관계

일상 속 신기한 경험, 왜 그림자는 계절마다 다를까?

겨울 아침 출근길, 같은 시간인데도 유독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걸 경험한 적 있지 않으신가요? 반면, 여름 한낮엔 마치 그림자가 사라진 듯 짧아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건물이나 사람의 그림자가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현상은 단순한 착시가 아니라,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태양고도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림자 시계’라는 흥미로운 관점에서 그림자의 변화를 천문지구과학적으로 해석해보고, 왜 계절마다 태양의 높이가 달라지는지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태양고도란 무엇인가?

‘태양고도’는 태양이 지평선 위에 떠 있는 높이를 의미하는 각도입니다. 쉽게 말해, 하늘에서 태양이 얼마나 높은 곳에 떠 있는지를 각도로 표현한 것이죠. 태양고도가 높을수록 태양은 우리 머리 위 가까이에 있고, 태양고도가 낮을수록 수평선 가까이에 위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태양고도는 하루 중 시각에 따라, 그리고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오전과 오후에는 태양이 낮게 떠 있어 그림자가 길어지고, 정오 무렵엔 가장 높이 떠서 그림자가 짧아집니다. 계절에 따라서는 여름에 태양고도가 높고, 겨울엔 낮아지기 때문에 같은 시간이라도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지는 것이죠.

계절에 따라 태양고도가 달라지는 이유

그렇다면 왜 여름과 겨울에 태양고도가 달라질까요? 그 이유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로 공전하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 공전하는데, 이때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 기울기 때문에 특정 시기에는 북반구가 태양 쪽을 향하고, 다른 시기에는 남반구가 태양 쪽을 향하게 됩니다.

  • 여름철(6월경)에는 북반구가 태양 쪽을 향해 있으므로 태양이 더 높이 떠오르게 되어 고도가 높습니다.
  • 겨울철(12월경)에는 북반구가 태양 반대쪽을 향하게 되어 태양이 낮게 떠오르므로 고도가 낮습니다.

이처럼 계절마다 태양의 고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장소라도 여름과 겨울의 그림자 길이는 현저하게 달라집니다.

위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의 성질

그림자의 길이는 계절뿐만 아니라 위도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위도가 높을수록, 즉 북쪽으로 갈수록 태양고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그림자가 더 길어집니다. 반대로 적도 근처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태양이 머리 위 가까이 떠오르기 때문에 그림자가 매우 짧거나 정오에는 거의 사라지기도 하죠. 

예를 들어 서울과 싱가포르를 비교하면, 같은 계절이라도 서울의 태양고도는 더 낮고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집니다. 이는 지구가 둥글고, 태양빛이 비추는 각도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입니다.

그림자 시계로 보는 시간과 계절

고대부터 사람들은 태양의 위치와 그림자의 길이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바로 해시계죠. 해시계는 태양고도와 방향을 이용해 시간을 파악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그림자의 변화가 매우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자연현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상들도 이러한 원리를 잘 활용했습니다. 조선 세종대왕 시절, 장영실은 앙부일구(仰釜日晷)라는 해시계를 발명했습니다. 반구 모양의 이 시계는 그림자가 닿는 위치를 통해 시간을 알 수 있게 만들어졌으며, 계절별로 태양고도가 달라진다는 점까지 고려해 설계된 과학적 도구였습니다. 특히 이 앙부일구는 일반 백성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길거리에 설치되어 공공 시간 측정 도구로도 쓰였죠. 

 

또한, 고대 이집트인들도 오벨리스크를 세워 그림자의 길이로 시간을 측정했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그노몬이라는 장치를 사용해 정밀한 해시계를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마야 문명은 해시계를 건축물 구조에 접목시켜 천문 관측과 시간 계산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했죠. 

 

오늘날에도 관찰을 잘 해보면, 특정 건물의 그림자 길이나 방향을 통해 시간대나 계절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의 그림자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길게 뻗어 있는지를 보면 대략적인 시간과 계절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이죠. 이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도 ‘자연의 시계’가 숨어 있습니다.

그림자를 보면 계절이 보인다

그림자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가 아니라 지구의 운동과 태양의 위치를 반영하는 ‘자연의 시계’입니다. 길어지는 그림자 속에는 겨울이 있고, 짧아지는 그림자 속에는 여름이 있죠. 다음번에 길게 드리운 건물의 그림자를 본다면, 그 속에 담긴 천문지구과학적 의미를 떠올려보세요.